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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연극리뷰

두여자 [관람하다 뒷통수 맞는 연극] - 연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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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7월 24일! 한 여름이다. 한 여름에 가장 흥하는 장르는?? 바로 오싹한 공포다!
그래서 오늘은 연극 두여자를 봤다. 왠지 이름만 들어도 오싹오싹 한 것 같다.

 연극 티켓엔 흰색 글자에 빨간 테두리로 피가 흘리는 것 같은 느낌의 글씨체로
두 여자 - 호러의 감각을 바꾸다 라고 써있다.

 호러의 감각을 바꾸다! 이 연극과 딱 맞아 떨어지는 문구 인 것 같다. 영화나 연극을 보다가 뒷통수 맞을 일이 얼마나 있겠나? 기가막힌 반전 때문에 뒷통수를 맞았다고 표현하는게 아니고 실제로 뒷통수를 맞았다. 누구한테?? 그건 나도 모른다. 암전된 상태에서 맞았으니까. 배우나 스텝 둘 중에 하나겠지. 이 연극은 신개념 4D 연극이다. 무서운 장면에서 암전되면서, 배우나 스텝이 돌아 다니면서 관객들을 깜짝 놀래켜 주려고 머리를 건들기도 하고 뒷통수도 때린다. 난 너무 쎄게 맞아서 좀 기분이 나빴다. 무슨 종이 달리고, 털이 달린 무언가로 때렸는데 좀 짜증났다. 적당히 했어야지. 나한테는 힘조절을 못한 것 같았다. 어두운데 어떻게 돌아 다니는 거지?? 적외선 고글이라도 썼나 보다. 살짝 건드는 정도로 그쳤다면 괜찮았을 텐데. 나는 뒷통수를 얻어 맞아서.....

 암튼 도중에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하고, 관객을 놀래게 해주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한다. 이 점은 영화가 할 수 없는 , 오로지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재밌는 시도들이었다. 연극 중간중간에 완전히 암전되는 때가 많다. 그리고 굉장히 길다. 공포스러운 음악과 여러가지 효과음이 그 어둠을 더욱더 공포스럽게 만든다. 영화라면 이렇게 암전을 길게 오래 사용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관은 비상구 표시가 꺼지지 않으니 완전히 암전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극장도 표시를 끄면 안되는거 아닌가?? 만약에 불나면??? 그런 걱정 때문에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연극에서는 안해 주는, 소화기의 위치와 비상대피로를 설명해줬던 것 같다.)

 그래서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암전을 통해서, 공포, 호러라는 장르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극대화 시켰다. 많은 연극을 보지도 않았고, 호러 장르의 연극을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암전을 이렇게 극중 일부분으로 사용한 연극은 이 두여자가 처음 이었다. 그리고 암전 중간중간에 불이 들어오면서 귀신의 모습이 보일 때,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며 굉장히 무서워 했다. 불이 꺼지면 아예 자리에 엎드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불이 다시 켜질 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주로 연인들-서로를 껴앉고 있었다. 막 썸타는 시기에 보기에 최고로 좋은 연극같다. 자연스럽게 친해 질 수 있으니....까??

 이 암전만으로도 공포를 잘 표현해 냈기에-사실 암전 말고는 무서운 부분은 없다. 연극 내용이 무서운 것도 아니고-꽤 대단한 연극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2주전에 정말 더럽게 재미없는 연극을 봤었던 터라, 더 재밌게 느껴진 것 같다.

 연극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남편, 아내, 그리고 중학생 딸이 사는 평범한 가정이다. 그러다 어느날 어느 정신병원에서 한 환자가 불을 질러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뉴스가 나오고, 그 뉴스를 본 아내가 이상해진다. 그 후에 경찰이 찾아와서 아내를 찾는다. 정신병원에서 불을 지른 사람이 아내의 쌍둥이 언니라는 것이다. 남편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쌍둥이 언니는 정신병이 있었고, 과거에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부모님을 죽게 만든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갖히게 됐고, 아내는 이 사실을 숨긴 채 남편과 결혼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 찾아오는 경찰이 좀 이상하다. 단순히 연기가 좀 어색해서 이상한건 아니고 (연기가...뭔가 모르게 이상했다.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아내를 궁지로 몰아넣어가는 미스테리한 형사가 캐릭터 인것 같은데...그걸 한정된 장소에서 짧은 시간안에 표현하려고 하다가 보니까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한 캐릭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극의 흐름상 이상하다.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찾아 들어 오지 않나, 단순히 참고인에 불과한 사람들에게 굉장히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나, 어떤 증거도 없으면서 첫 등장부터 아내를 의심하고 추궁한다. 이 형사가 나올 때마다 극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다. 배우의 잘못 보다는 대본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내용을 이어서 얘기 하면, 정신병원에서 불을 지를 때 같이 죽은 줄 알았던 아내의 언니가, 살아 있고 전화로 아내를 불러내면서 본격적으로 미스테리한 공포가 시작 된다. 가족을 다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급하게 언니를 만나러 갔던 아내는, 옷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정신이 나간 여자처럼 보이며, 자신의 방을 못 찾고 딸을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여기서 부터, 관객과 연극의 줄다리기가 시작 되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온 사람은 아내일까? 아니면 정신병원에 갖혀 있던 정신나간 언니 일까? 이 때부터 아내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상 여자로 변해 간다. 귀신의 환상을 본다던가, 언니의 일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기고 하고 의문투성이의 여자처럼 보인다. 어쩌면 20여년 전에 집에 불을 질러서 부모님을 죽게 한 사람이 정신병원에 갇힌 언니가 아니고, 아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관객이 하도록 극이 흘러간다. 앞서 말한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형사는 대놓고, 아내에게 당신이 불을 질렀지라고 말을 하며 계속 아내를 압박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아내의 언니가 쓴 일기장에는 다 아내가 꾸민짓이라고 써있기 까지 하다.

 20년 전에 불을 지른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 집에 있는 사람은 원래의 아내일까 아니면 정신병원에 갖혀 있던 언니일까?? 관객들은 이 2가지의 궁금증을 가지고 계속해서 연극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암전과 공포 효과들! 쉬어가는 부분 없이 계속해서 극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간간히 남편이 개그를 하는 것은 이 긴장감들을 조금씩 풀어주며, 공포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야기로 다시 들어가보면, 아내는 결국에 남편에게 말하고 만다. 자신이 쌍둥이 언니를 죽였다고! 우리 가족을 다 죽이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죽이고 뒷산에 묻어 버렸다고. 처음에 아내가 사람을 죽였다기에 남편은 당황했지만..이내 정신을 차리고 없었던 일로 여기며 살자고 한다. 언니는 이미 정신병원에서 죽은 걸로 되어 있으니 모르는 척 하면 된다고... 자수하겠다는 아내를 말린다. 그리고 비가 심하게 오자...시체가 발견될 까봐 걱정된 남편은 뒷산으로 시체를 살피러 나간다. 그 사이에 아내는 점점더 미쳐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이내는 딸을 죽이려고 한다. 딸은 극의 중간에 엄마가 이상해졌다고, 자신의 엄마가 아닌것 같다는 이야기를 아빠에게 했었다. 아내가 딸의 목을 조르고 있는 순간에 남편이 돌아온다. 그리고 그 때 형사로 부터 전화가 걸려 오고...자동응답기에 형사는 남편의 아내가 뒷산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집안에 있던 여자는 아내가 아니고, 정신병원에 있었던 언니였던 것일까?? 그래서 그토록 정신병자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일까?? 남편도 딸도, 집에 있던 여자를 정신병원에 갖혀 있던 언니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아내가 그 여자에게 살해당했다고 생각한 남편은 분노에 차서 여자을 죽여버리겠다면서 여자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암전이 되고....

 마지막 엔딩 장면이 나온다. 극의 시작 부분와 동일한 장면, 여자가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하는 장면이다. 아마...남편과 딸까지 모두 죽이고 아내가 자살하는 장면이다. 왜 아내가 자살을 하냐고??? 형사가 착각을 했단다. 뒷산에 죽어 있는 사람은 아내가 아니고, 정신병원에 있던 언니였다고 한다. 쌍둥이라서 자기들도 어쩔 수 없었다고....

 이런...그럼 정말로 아내가 언니를 죽였던 거고, 그 살인에 대한 공포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졌었던 것이었다.(근데...거참..이 형사 끝까지 이상한 캐릭터다... 아직 언니가 죽었다고 확실히 결론이 난것도 아닌데. 죽은 시체를 보고 바로 아내라고 생각하다니...이 분 너무 하시네...난 사실 이형사가 정신병원에 있던 언니랑 짜고, 아내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그건 아니었고, 그건 고문관 캐릭터였다)

 나름 반전에 반전이 있는 결말이었다. 그렇지만 끝내 20여년전에 불을 지른 사람이 누군인지는 밝혀 지지 않았다. 언니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20여년 전에는 아내가 불을 질렀고, 정신병이 조금 있었던 언니에게 뒤집어 씌우지 않았을 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한 시간 반짜리 연극이지만, 짧게 느껴졌던 연극이었고(동시에 굉장히 길게 느껴진 연극이었다. 암전 시간이 굉장히 길었고, 나름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긴 시간이었다.) 재밌는 나름 웰메이드에 가까운 극이라고 생각된다. 웰메이드라기에는 여러가지 아쉬운 헛점들도 많고 배우들의 연기도 조금 아쉬웠지만!

 한 여름에 시원하게 새로운 느낌의 공포를 체험할 수 있는 재밌는 연극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암전을 통한 효과는 정말 잘 한 것 같다. 이 점이 영화관객들을 연극관객으로 바꿀 수 있는, 연극 최대의 무기인 것 같다. 비단 호러의 장르 뿐만 아니라, 많은 장르의 연극에, 이런 암전 효과처럼 영화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연극만의 특유의 장치들을 연극 최대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관람하다가 뒷통수 맞는 연극! 두 여자 - 호러의 감각을 바꾸다 에 대한 리뷰를 이만 마치겠다.

 참, 이 연극을 보실 분들은 꼭 관람전에 화장실을 가길 바란다. 나는 안갔지만, 연극보다 더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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